이천만의 명상록 - Ⅴ
이천만의 명상록(Ⅴ) 목차 121편 - 계속
121. 북새(놀, 노을)/
(이천만의 명상록 - 121) 북새(놀, 노을)
아침에 일어나면 스트레칭을 하는데 창문을 열면 눈앞에 무등산자락 장원봉壯元峰이 엉거주춤한 꼴로 앉아 있다. 일어나는 시각時刻이 해 뜨는 시각이라 뜨는 해를 본다. 여름철에 산마루에서 뜨던 해가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산등성이로 내려왔다. 대강 요량해보니 여름철에 비해 60도度 쯤 내려왔다. 어린시절 할아버지는 천방산의 뜨는 해를 보며 오늘 날씨를 예측豫測했다. 지는 해가 구렁섬 머리 위로 낙조落照를 그리면 내일 날씨를 짐작했다. 그렇게 날씨를 농사에 이용했다. 도시사람들이야 날씨에 별 관심 없다. 그래도 뜨는 해와 구름의 형태를 보고 할아버지처럼 날씨를 짐작은 한다. 오후에는 실내자전거타기를 하는데 베란다가 서향西向이라 매번 해 지는 낙조를 볼 수 있다. 광주시내 아파트군群 멀리 어등산을 비롯한 낮은 산등성이가 길게 지평선地平線을 이루며 가즈런히 누워 있고 그 위로 빨간 해가 머리를 흔들며 진다. 그 노을이 내일의 날씨를 알려준다. 북새(노을)이 뜨면 흐리거나 비가 온다. 우주宇宙에 가장 접근한 과학자 스티븐 호킹이 유고遺稿에서 자연현상이 너무 변화가 많아 하나님 혼자서 주관主管할 수가 없다고 했다. 에둘러서 神의 존재를 부인否認한 것이다. 김수환추기경도 돌아가시기 직전‘신은 어디에 계십니까?’라고 묻는 신도들에게 손가락으로 가슴을 가켰다. 나는 애초 - 고등학교 2학 때 신과의 대화에 실패하고‘사람이 신을 만들었다, 신이 사람을 만든 게 아니다.’라고 단정하고 신앙을 버렸다. 높은 산, 큰 강, 바위, 해와 별, 천둥 번개 등 자연과 자연현상 특히 인간으로써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상을 원시인들이 신으로 만들었다. 특히 기독교처럼 하나님 - 유일신唯一神이 어떻게 우주의 다양한 현상을 다 주관할 수 있겠나? 기독교가 주창하는 천당은 예수 이후 2천 년이 지나도 감감 무소식이다. 천당天堂과 구원救援이 아니라 전쟁과 갈등만 유발한다. 천박淺薄한 생각이지만 300여 명이 탑승搭乘한 칼Kal기 추락을 설명하지 못 한다. 기독교의 유일신 논리로는 300여 명의 어린 학생들이 수장水葬당한 세월호의 죽음을 설명하지 못 한다. 아랍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종교전쟁을 납득시키지 못 한다. 기독교는 2천 년 동안 천당과 휴거携擧, rapture를 외쳤고, 불교는 인과응보因果應報의 논리로 아미타불阿彌陀佛을 설파說破했지만 2천 년이 지나도 미래불未來佛이나 구세주救世主는 나타나지 않고 세상은 더 아수라장이 되어간다. 그리스 로마신화에서는 여러 신들이 분담을 하여 인간세계를 주관한다. 이 게 더 합리적이 아닐까? 우리나라에도 조왕신竈王神, 삼시랑, 칠성신七星神 등등 수많은 신이 인간사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관장管掌한다. 우주질서의 만물을 하나님이 혼자 주관하기에는 무리가 아닐까? 차라리 불교처럼 깨달음을 얻으면 모두 부처가 된다든지. 신앙심이 없는 할아버지는 아침에 해 오르는 천방산과 저녁에 해 지는 구렁섬의 북새(놀, 노을)을 보고 날씨를 예측하여 농사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