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새 2009. 10. 25. 05:20

아라한 우학于學

Ⅶ. 장문長文

 

연설문, 성서聖書, 불경佛經, 고사故事, 명문銘文   총 50여 편

 

 

 

<장문長文>

 

 

       - 차례 -

 

 

1. 여행도 좀 다니고

2. 손수 된장을 끓여서

3. 신라시대 스님 원효와 의상

4. 채소장수

5. 한 여름 무더위에 두 사람

6. 젊은 시절 어느 여름

7.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근본적인 차이

8. 하늘이나 사람에게

9. 전체적으로 완전해도

10. 근과 검

11. 흉년이 들어

12. 요주 신동

13. 중국 당나라 백락천

14. 자연의 섭리라고 하지만

15. 60 평생 영혼과 내세

16. 할머니의 작수발

17. 우리나라 남해안 완도

18. 심령이 가난한 자

19. 관자재보살 행

20. Brild me a son

21. 선제창업미반

22. Four score and years ago

23. 어린이가 잠을 잔다

24. 오등은 자에 아 조선

25. 국지어음이 이호중국하야

26.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27. 목계 木鷄

28. 신수와 혜능

29.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사물 즉 현상

30. 돼지와 부처님

31. 구정선사 九鼎禪師

32. 바보 이봔

33. 독서

34. 소동파의 오도송 悟道頌

35. 우주 宇宙

36. 騎虎之勢 기호지세

37. 難兄難弟 난형난제

38. 南柯之夢 남가지몽

39. 多多益善 다다익선

40. 斷腸 단장

41. 大器晩成 대기만성

42. 讀書百遍義自見 독서백편의자현

43. 同病相憐 동병상련

44. 登龍門 등용문

45. 明鏡止水 명경지수

46. 矛盾 모순

47. 彌縫(策) 미봉책

48. 拔本塞源 발본색원

49. 背水陣 배수진

50. 無爲而化 무위이화

51. 百聞而不如一見 백문이불여일견

52. 白眉 백미

 

 

 

 

1. 여행도 좀 다니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살아라. 혼자 살면서 적금이나 저금 그리고 보험에 월급 거의 전부를 투자하는 친구가 있다. 안타까와서 몇 번 충고 비슷한 얘기를 했는데 친구는 내 말을 앞에서는 듣는 척 하면서도 돌아서면서 귓등으로 흘려버렸다. 누가 뭐래도 자기 방식대로 산다는 거다. 노후에 돈이 없으면 어쩌냐는 거다. 특히 자기처럼 혼자인 사람은 더 그렇단다. ‘개 같이 벌어서 정승 같이 써라.’는 말이 있다. 돈에 대한 상식적인 말이다. 누구나 그렇게 말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살지 못한다. ‘부자들은 수전노다.’ 그렇다. 수전노守錢奴가 되지 않았다면 부자는 없다. 혹은 쓰지 않고 벌기만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부자들은 불쌍한 사람들이라고도 한다. 나도 연민을 느낀다. 또 아흔 아홉 개를 가지고 있으면서 가난뱅이의 한 개를 기어코 빼앗아가는 게 부자들의 생리라고도 한다.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원래 부자란 없다. 정직하게 법 다 지키고 베풀면서 되는 부자는 없다.

자본주의에서 돈은 필수고 선이다. 돈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노후를 자식들에게 맡기는 시대는 갔다.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보험이 필수인 시대다. 더 안락한 노후를 위해서는 더 많은 노후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서 못 먹고 안 입고 필사적으로 돈을 모은다. 돈은 인간 생활의 편리를 위한 수단인데 현대인은 돈의 노예가 되어 산다. 행복지수는 세계적으로 가장 가난한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젤 높다. 티베트인들은 현생을 희생하더라도 내세가 잘 되기를 바라서, 내세에는 더 좋은 조건으로 태어나기 위해서 현실의 고통을 즐거움으로 바꿔서 산다. 그래서 행복지수가 높다. 욕심도 없고 가난하면서도 서로 돕고 산다. 성경에서는 부자가 천당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 보다 더 어렵다고 했다.

친구에게 다시 권하고싶다. 노후를 위해서는 조금만 투자하고 대부분을 쓰고 살아라. 오늘이 행복해야 내일이 있다. 그리고 내세는 없다. 천당도 지옥도 극락도 없다. 내세는 절대를 갖추지 못한 나약한 인간들이 만들어낸 환상이다.

 

 

2. 손수 된장을 끓여서

아침밥을 먹는다. 된장에 고추장을 좀 풀고 매운 고추와 양파를 썰어넣고 마늘도 몇 개, 미더덕이 있으면 그만인데 사러갈 새가 없었다. 정년퇴임을 하고는 혼자 산다. 아침 느긋이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분재와 화분도 좀 보고, 돌구시와 물맷돌로 물줄기가 졸졸 흐르게 만든 어항을 살피고, 아내가 출근을 하기 때문에 혼자 국 끓이고 밥을 먹는 게 습관이 되었다. 어려서 길들여진, 남자는 부엌을 드나들어서는 안 된다는 습성習性이 베어서 반찬을 만든다는 건 엄두도 내지 않았는데 신세대인 양 요즘에는 좀 변했다. 혼자, 내 입에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먹다보니 괜찮다. 괜찮은 게 아니라 아주 좋다. 된장은 적어도 한 3년 넘게 묵은 된장이 좋은데 젊은 사람들이 담근 햇 된장이라서 짜고 맛이 텁텁하다. 감칠맛이 없다. 된장은 묵힌 게 좋다는 걸 알지만 이 형편에는 희망사항. 내년에는 독으로 담아 묵혀보라고 조언을 하고싶은데 늘 맘만 그렇다. 농사짓는 처남댁이 된장을 담아 보내는데 번거로와할까 봐서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한다. 그래서 또 아내에게 탓이 돌아간다. 아내를 탓한들 무엇 하랴. 내 음식 복 없음을 탓해야지. 음식복을 타고나면 큰 복이다. 아이들에게도 남겨 주고 싶은 말이다. 오늘은 아침에는 집 안 대청소를 한 탓인지 목이 - 아니다 마음이 더 컬컬해서 송순주를 반 컵. 작년 여름에 어린 솔방울을 따서 담근 술이다. 병을 꺼내 잔에 따르려고 쳐들면 바알간 호박琥珀빛. 진한 송진 냄새. 이름 붙여 불로장생주不老長生酒라고 한다. 원래 송순주는 갓 나온 송순을 따서 담는데 나는 솔방울을 담궜다. 그러면서 선인들이 왜 솔방울을 담지 않고 송순을 담궜는가도 생각해 봤다. 송순주로 기분이 한껏 좋아졌는데 TV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몽테크리스트백작을 한다. 책으로는 말 할 수 없이 많이 읽었고 영화로만도 몇 번째다. 몽테크리스트를 보면서, 그 통쾌한 복수극이 가슴 시원하다. 한 번 갇히면 평생 햇볕을 보지 못한다는 IF성 감옥, 그 처참함. 아름다운 메르세데스와 결혼식에서 잡혀와 갇힌 지 19년. 하나 뿐인 혈육 아버지는 굶어서 죽고. 갇힌 지 1년만에 약혼녀 메르세데스는 원수와 결혼을 하고. 절치부심切齒腐心의 한. 통쾌한 복수극復讐劇. Happy End, 복수를 끝내고 돌아서며 하나님에게 독백 Narration 자성自省.

아래를 보며 살아야 한다. 올려다보면 끝이 없다. 특히 부와 명성名聲은 더 그렇다. 그래도 가끔은 하늘과 구름은 쳐다보아야 한다. 밤하늘의 달과 별도 보아야 한다. 향기 말고 바람의 느낌으로 봄이 다가왔다는 걸 알아야 한다. 어느 날 피부에 닿는 느낌으로 아! 봄이 왔구나 하고 아는 거 그 거. 성경聖經은 범사凡事에 감사하라고 했다. 위만 쳐다보며 살면 삶이 팍팍해진다. 파테르링크는, 파랑새를 찾아 온 세상을 돌아다녔는데 지쳐서 집에 돌아왔더니 파랑새는 결국 자기 집에 있었다. 유리잔에 들어있는 한 잔의 물을 보고 ‘물이 반 잔이나 남았네’ 라고 하기도 하고 ‘물이 반 잔 밖에 없구나’ 하기도 한다. 행복, 내려다보고 살아라.

 

 

 

3. 신라시대 스님 원효와 의상이

청년시절 불교를 더 뜻 깊게 배우려고 불교가 융성한 당나라로 길을 떠났다. 한 달 남짓을 걸어 당나라 접경에 도착했는데 마침 날이 저물어 하룻밤 잘 데를 찾았으나 깊은 산중이라 인가가 없었다. 두 사람은 어두운 밤길을 이리 저리 헤매다 중국 사람의 가묘家廟를 발견하여 풍찬노숙風餐露宿을 면하게 되었다고 기뻐하며 잠이 들었다. 구도의 길을 수행으로 삼으며 수만리 낯선 땅 험한 길을 걸었으나 오직 부처님의 가르침을 본받아 불도를 깨우쳐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일념으로 고된 줄 몰랐는데 어느 새 깊이 잠이 들었나보다. 곤히 자다가 원효는 심한 갈증을 느껴 잠이 깨었으나 깜깜한 밤에 물이 있을 리 없었다. 점점 목이 타올라서 견딜 수 없자 원효는 엉거주춤 일어나 주변을 살피다가 마침 허연 바가지에 담긴 물을 발견하고 천우신조天佑神助로 생각하며 달게 마시고는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어젯밤 갈증을 달랬던 달고 시원한 물이 생각나서 두리번거렸는데 아니 이게 무엇인가! 머리맡에 놓인 것은 물그릇이 아니라 해골바가지였다. 중국의 가족묘는 조상 대대로 일가一家의 장례를 모두 모시는 제각祭閣 같은 가족무덤인데 여기 저기 해골이 놓여있고 그 중 하나에 썩은 물이 고여 있어 벌레조차 우글거렸다. 새삼스럽게 원효는 토악질이 북받쳐 올라 심한 구토를 했다. 뱃속에 남아있었던 모든 것을 다 토하고 나서 혼미하던 정신을 차린 원효는 껄껄! 웃었다. 그리고 당나라로 향하던 구도求道의 길을 되짚어 신라로 되돌아왔다. 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

 

 

4. 채소장수가

리어카에 채소를 싣고 가며 외쳤다.

“채소 사려! 값 눅고 싱싱한 채소 사려!”

한 부인이 지나가다가 물었다.

“배추 한 포기에 얼맙니까?”

“예, 세 포기에 천원입니다.”

“너무 비쌉니다.”

“비싸다면 비싸고 헐타면 헐치요.”

채소장수가 대답했다.

 

 

5. 한 여름 무더위에 두 사람이

가게 앞 나무 그늘에 앉아 얼음물을 마시고 있었다. 시원한 얼음물을 한 모금 들이킨 친구가 물 잔을 들여다보며 아쉬운 듯이 말했다.

“아유, 무더워라! 물이 절반 밖에 안 남았네.”

다른 친구가 역시 물 잔을 들여다보며 대꾸했다.

“어, 시원타! 웬 걸 얼음물이 절반이나 남았구먼.”

 

 

6. 젊은시절 어느 여름에

지리산 등반을 했다. 한여름이었는데 보슬비가 며칠 째 내렸고 2, 3일 간의 지리산 종주를 계획했으므로 첫 날은 등반 길 초입의 산방에 머물렀다. 다음 날 일찍 정상 반야봉을 향해 출발했는데 어제의 여독이 풀리지 않은 것과 꾸무럭한 날씨 때문에 애를 먹었다. 더구나 12시쯤부터는 심한 안개가 눈앞을 가렸고 진눈깨비와 우박이 오락가락해서 몸과 마음이 축 늘어져버렸다. 허우적거리며 이대로 등반을 계속해야할 것인가 여기서 되돌아서 하산하는 것이 옳을 것인가 고민을 하던 차 뒤에서 따라 오르던 <수호천사님>이 말했다. ‘몰두하면 초월해요.’ 남은 심각한 고민을 하는데 웬 객쩍은 소리인가 짜증이 났다. ‘다른 일을 상상하세요. 뭐 즐거웠던 일이나 어려웠던 일들 ….’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보았는지 부연敷衍을 했으나 그 때는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고통을 견디느라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그 한 3년 쯤 뒤, 문득 깨달았다. 우리가 큰 힘을 갑자기 쓸 때는 호흡을 멈춘다. 자세를 가다듬을 때는 아랫배에 힘을 준다. 독서3매경讀書三昧境이란 만화에서는 잔디밭에 엎드려서 독서에 몰두한 사람의 몸 위로 자동차가 지나가는 그림.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어떤 일에 몰두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초월한다.

 

 

7. 한의학韓醫學과 서양의학의 근본적인 차이는

서양의학은 병을 죽이려고 하고 한의학은 병을 몸에서 쫓아낸다. 인체에 침입한 병원균은 죽이려 하면 자신을 방어한다. 더 강한 변종이 된다. 서양의학은 몸을 도려내고 잘라내고 그래도 안 되면 인공장기를 대체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인체에는 서양의학으로는 보이지 않는 기혈氣穴이 있다. 도려내고 잘라내고 죽이고 한다면 기혈은 어떻게 되겠는가? 자연 치유법이 건강의 첩경捷徑이다.

(도가道家, 노장사상老莊思想 선술仙術의 건강법에서)

 

 

8. 하늘이나 사람에게

부끄러운 짓을 저지르지 않는다면 자연히 마음이 넓어지고 몸이 안정되어 호연지기浩然之氣(넓고 큰마음)가 우러나온다.

 

 

9. 전체적으로 완전해도

구멍 하나만 나면 깨진 항아리 듯이, 모든 말을 다 미덥게 하다가 한 마디만 거짓말을 해도 도깨비처럼 되니 늘 말을 조심하라.

 

 

10. 근(부지런함)과 검(아끼고 절제함)

두 글자는 좋은 밭이나 기름진 땅 보다 나은 것이니 일생 동안 써도 다 닳지 않을 것이다.

 

 

11. 흉년이 들어

하늘을 원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굶어죽는 사람은 대체로 게으르다. 하늘은 게으른 사람에게 벌을 내려 죽인다.

 

 

12. 중국 송나라 요주에

신동神童이 많이 태어났다. 5, 6세에 5경 공부를 마치고 과거에 급제를 했다. 급제하면 일단 하사품과 벼슬을 받았으나 성년이 될 때까지 집에서 국록을 받고 기다리다가 어른이 되면 조정朝廷에 출사出仕했다. 그러나 출사한 지 5, 6년이 못되어 대부분 쫓겨났다. 오만불손傲慢不遜, 경거망동輕擧妄動, 아집我執 등 인격적 결함 때문이었다. 신동은 있으나 인물이 없다는 말이 여기서 비롯했다.

 

 

13. 중국 당나라 백락천은

학자, 시인, 정치가였다. 젊은 시절 항주지사 벼슬에 있었는데 근교 산사山寺의 조소鳥巢 도림선사禪師가 도인이라는 말을 듣고 찾아갔다. 불경까지 섭렵한 백락천은 자만심이 대단해서 도림선사를 혼내주려고 별렀다. 백락천이 많은 부하를 거느리고 절에 들어섰을 때 도림선사는 버릇처럼 나무 꼭대기에서 좌선坐禪을 하고 있었다. 백락천이 깜짝 놀라

“위험하다, 위험해!”

라고 외쳤다. 그랬더니 오히려 선사가 백락천을 보고

“아! 위험하다 위험해!”

라고 했다. 그래서 백락천이 선사에게

“나는 머리를 하늘에 두고 발은 이렇게 땅을 밟고 있는데 무엇이 위험하단 말이요?”

“심화心火는 상교相交하고 식은 허망虛妄해서 정정靜定할지 모르니 어찌 위험 하지 않으리요.”

백란천이 좀 당황했다. 보통 승려가 아니구나!

“스님, 어떤 것이 불법佛法의 진수眞髓입니까?”

“나쁜 짓을 하지 않고 착한 일을 하는 것입니다.”

백락천이 웃으며 대꾸했다.

“그거야 3척동자三尺童子도 아는 일입니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지만 80 노인도 행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도림선사의 엄숙한 말에 백락천은 기가 죽었다. 선사가 백락천을 선방禪房으로 안내하여 손수 찻잔에 차를 따르는데 먼 산을 보며 차를 따랐으므로 찻잔의 찻물이 펄펄 넘쳐흘러도 멈추지 않았다. 백락천이 도림선사의 손목을 잡으며

“대사님, 왜 이러십니까? 물이 넘쳐서 방석과 책이 다 졌습니다.”

도림선사가 백락천을 보며 말했다.

“칙사께서는 어찌하여 찻물이 넘쳐서 책을 망치는 것은 알면서 교기嬌氣가 넘쳐서 인품을 망치는 것은 모르십니까?”

 

 

14. 자연의 섭리라고 하지만

지는 꽃은 아름답지 않다. 석양의 노을이 제아무리 황홀해도 아침의 북새만 하겠는가? 봄이 있으면 여름이 있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는 법. 새벽이 열리면 하루가 시작되고, 아침에 해가 뜨면 얼마지 않아 낮이 되고 또 밤이 되는 법. 밤이 온다고 슬퍼하랴.

 

늙어간다고 체념하고 좌절하면 인생은 고해苦海로 마무리 된다. 끝이 아름답도록 스스로 가꾸라. 화려했던 전성기만 회상하면 회의나 좌절이 깊어질 뿐. 서운타고 가족이나 친지와 벗들 주위를 탓하지 말고 스스로 주위를 밝고 힘차게 가꾸라.

 

 

15. 60평생 영혼과 내세를

생각했다. 부질없는 일이다. 흙에서 흙도 아니고 신의 섭리도 아니다. 인간의 탄생은 진화가 옳다. 살아가는 일은 자연 법칙과 순리順理일 뿐. 한 톨의 씨앗이 흙에 떨어져 싹이 트고, 꽃 피고, 열매를 맺어 한 살이 하는 걸 보라. 종교와 신 그리고 귀신과 무당, 점, 최면술 등 초인적인 현상은 생체의 기가 뭉쳐 일어난 일시적이고 단순한 현상(환상)일 뿐이다. 생명 있는 것들은 스러지면, 생명의 기운이 더러는 뭉쳐 생존시의 현상을 유지하기도 하지만 결국 기는 흩어져 우주로 사라진다. 신은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있고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없다. 덧붙여, 신과 여자는 불가사의不可思議다.

 

 

16. 할머니의 작수발

여나문 살 때, 어느 추운 겨울 새벽. 섬뜩한 냉기에 눈이 뜨였다. 할머니가 등잔불 앞에서 긴 머리를 빚고 있었다. 냉기는 머리칼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었다.

할머니는 날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치자거리 샘골 옹달샘에서 칠흑漆黑같은 새벽에 아무도 손길이 닿지 않은 정화수를 길어다 목욕재계沐浴齋戒하고, 아침해가 안산 마루에 올라올 때까지 장독대 작수발 앞에서 축수祝手를 했다. 허리 굽혀 절을 하고 입으로는 축사祝辭를 하며 양 손을 비볐다, 수 천 번 수 만 번. ‘삼시랑네 삼시랑네. 이씨 집안이 평안케 … 자손이 번성케 … 자손이 무탈하게 …’

 

 

17. 우리나라의 남해안 완도는

세계 슬로우시티 운동본부가 인정한 슬로우시티다.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느림마을’ 이랄까. 바닷바람에 구멍이 송송 뚫린 까만 돌맹이로 쌓은 돌담길, 싸릿문 앞에서 철썩이는 파도 그리고 계단식 밭이 쪼끔 어우러져 있는 섬마을. 옛날 노랫말 ‘섬마을 선생님’도 전설이 되어버렸다. 먹을거리가 부족해서 비리먹은 쇠양치(송아지)를 몰고가는 해팽이네 할아범이 어렸을 때만 해도 봄철 숭어는 손으로 잡았다. 그래서 봄 숭어는 괭이(고양이)도 안 물어간다는 속담이 생겼는데 요즘에는 갯것(연안 해산물)이 사라지고 있어 먹고 살기가 팍팍하다. 뻘바닥에 가봐야 구멍은 송송 나있는데 생물들이 도통 보이지 않는다. 지천이었던 고동(고둥)도 다 사라졌다. 느리게, 비우고, 긍정적으로

 

 

18. 심령心靈이 가난한 자

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온유溫柔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배 부를 것임이요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의를 위하여 핍박逼迫을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라 나를 인하여 너희를 욕하고 핍박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스려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 의 상이 큼이라. 너희 전에 있던 선지자들을 이같이 핍박하였느니라.

(산상보훈山上寶訓, 신약성경 마태복음 5장)

 

 

19. 觀自在菩薩 行

深般若波羅密多時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

舍利子 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空卽是色 受想行識 亦復如是

舍利子 是諸法空相 不生不滅不垢不淨 不增不減

是故 空中無色 無受想行識

無眼耳鼻舌身意 無色聲香味觸法無眼界 乃至 無意識界

無無明 亦無無明盡 乃至 無老死亦無老死盡

無苦集滅道 無智 亦無得 以無所得故

菩提薩陀 依 般若波羅密多 故

心無罣碍 無罣碍故 無有恐怖遠離顚倒夢想 究竟涅槃

三世諸佛 依 般若波羅密多 故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故知 般若波羅密多 是大神呪是大明呪 是無上呪 是無等等呪

能除一切苦 眞實不虛 故說 般若波羅密多呪卽說呪曰

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菩提 娑婆訶(3번 계속)

(般若心經반야심경)

 

 

관자재보살 행 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

사리자 시제법공상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

시고 공중무색 무수상행식

무안이비설신의 무색성향미촉법 무안계 내지 무의식계

무무명 역무무명진 내지 무노사 역무노사진

무고집멸도 무지 역무득 이무소득고

보리살타 의 반야바라밀다 고

심무가애 무가애고 무유공포 원리전도몽상 구경열반

삼세제불 의 반야바라밀다 고득 아뇩다라삼먁삼보리

고지 반야바라밀다 시대신주 시대명주 시무상주 시무등등주

능제일체고 진실불허 고설 반야바라밀다주 즉설주왈,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3번 계속)

 

 *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 해설解說

마하는 크다(대), 많다(다), 초월하다(승)의 뜻이고, 반야는 지혜, 깨달음의 뜻이며, 바라밀다는 저 언덕에 이르다(도 피안到彼岸)는 뜻이다. 심경은 핵심되는 부처님의 말씀이란 뜻이다. 일체를 초월하는 지혜로 피안에 도달하는 가장 핵심되는 부처님의 말씀.

 

觀自在菩薩 行 深般若波羅密多時 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

관자재보살 행 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관자재보살(관세음보살)이 (삼계. 사생. 육도의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깊은 반야바라밀을 수행할 때에 오온(물질적 현상, 감각작용, 의지적 충동, 식별작용)이 모두 공함을 (실체가 없음을) 확연히 알고 이 모든 고통(4苦, 8고)에서 벗어났느니라. 

 

舍利子 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 受想行識亦復如是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

사리자여, 물질적 현상이 그 본질인 공과 다르지 않고, 공 또한 물질적 현상과 다르지 않으니, 물질적 현상이 곧 본질인 공이며, 공이 곧 물질적 현상이니라. 감각작용, 지각작용, 의지적 충동, 식별작용도 다 功이느니라.

 

舍利子 是諸法空相 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

사리자 시제법공상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

사리자여, (이 모든 존재들이 외관상으로는 생겨나는 것 같기도 하고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더러운 것 같기도 하고 깨끗한 것 같기도 하고 증가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감소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 모든 현상계의 본질적 차원(관세음보살의 차원)에서는 생겨나는 일도 없고 없어지는 일도 없으며, 깨끗한 것도 없고, 더러운 것도 없으며, 감소하는 일도 없고, 증가하는 일도 없느니라.

 

是故 空中無色 無受想行識

시고 공중무색 무수상행식

(그러므로, 사리자여) 이 현상계의 본질의 차원인 공의 입장에서는 물질적 현상도 없고, 감각작용과 지각작용 그리고 의지적 충동과 식별작용도 없느니라.

 

無眼耳鼻舌身意 無色聲香味觸法無眼界 乃至 無意識界

무안이비설신의 무색성향미촉법 무안계 내지 무의식계

(이 공의 세계에서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사유작용 등 감각작용도 없고, 빛깔과 형상. 소리. 냄새. 맛. 감촉. 비감각적 대상인 원리 등 객관대상도 없으며, 시각의 영역도(청각의 영역, 후각의 영역, 미각의 영역도(청각의 영역, 후각의 영역, 미각의 영역, 촉각의 영역) 사유의 영역등 주관작용도 없느니라.

 

無無明 亦無無明盡 乃至 無老死亦無老死盡

무무명 역무무명진 내지 무노사 역무노사진

(이 공의 세계에서는) 무명도 없고, 무명의 소멸도 없으며(행, 식, 명색, 6입, 촉, 수, 애, 취, 유, 생도 없고 그 소멸도 없으며) 늙고 죽음이 없고, 늙고 죽음의 소멸도 없느니라.

 

無苦集滅道 無智 亦無得 以無所得故

무고집멸도 무지 역무득 이무소득고

(이 공한 세계에서는)고통도 없고, 고통의 원인도 없고, 그 원인의 소멸도 없고 그 고통의 소멸에 이르는 수행방법도 없느니라. (그럼므로 이 공의 세계에서는) 깨달음도 없고, 깨달음을 얻은 것도 없고, 깨달음을 얻지 못한 것도 없느니라.

 

菩提薩陀 依 般若波羅密多 故

心無罣碍 無罣碍故 無有恐怖遠離顚倒夢想 究竟涅槃

보리살타 의 반야바라밀다 고

심무가애 무가애고 무유공포 원리전도몽상 구경열반

(그러므로 사리자여) 보리살타는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므로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으므로 두려움이 없느니라. (보살은) 뒤바뀐 잘못된 생각을 멀리 떠나 마침내는 열반에 이르렀느니라.

 

三世諸佛 依 般若波羅密多 故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삼세제불 의 반야바라밀다 고득 아뇩다라삼먁삼보리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님도 이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여 최상의 깨달음인 아뇩다라 삼먁 삼보리(완전한 깨달음)를 얻었느니라.

 

故知 般若波羅密多 是大神呪是大明呪 是無上呪 是無等等呪

고지 반야바라밀다 시대신주 시대명주 시무상주 시무등등주

그러므로, 이 반야바라밀다는 이 큰 신비한 주문이며, 큰 밝은 주문이며, 큰 최상의 주문이며, 이 얼마나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난 주문인가를 알아야 하느니라.

 

能除一切苦 眞實不虛 故說 般若波羅密多呪卽說呪曰

능제일체고 진실불허 고설 반야바라밀다주 즉설주왈,

이 반야바라밀다의 주문은 능히 일체의 고액을 소멸시키며 진실하여 거짓이 없나니, 그러므로(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이 반야바라밀다의 주문을 일러 가로되.

 

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 娑婆訶(세 번 계속)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가자, 가자, 피안으로 가자, 우리 함께 피안으로 가자. 피안彼岸에 도달하였네.

아! 깨달음이여 영원하라.

 

 

20. Brild me a son

 

  노병老兵은 죽지않고

사라질 뿐이다 - 국회 퇴역退役 연설에서

 

 

O Lord, who will be strong enousg to know when he is weak, and brave enough to face himself when he is afraid; one who will be proud and unbending in honest defeat, and humble and gentle in victory.

 Build me a son whose wishes will not take the place of deeds; a son who will know Thee-and that to know himself is the foundation stone of knowledge.

 Lead him, I pray, not in the path of ease and comfort, bou under the stress and spur of difficulties and challenge. Here let him learn to stand up in the storm; let him learn compassion for those who fail.

 Build me a son whose heart will be clear, whose goal will be high; a son who will master himself before he seeks to master other men; one who will learn to laugh, yet never forght how to weep; one who will reach into the future, yet never forget the past.

 And after alll thes things are his, add, I pray, enough of a sense of humor so that he may always be serious yet never take himself too seriously. Give him humility, so that he may always rememver the simplicity of true grentness, the open mind of true wisdom, the mekkness of true strength.

Then I, his father, will dare to whisper, "I have not lived in vain."

 

 오, 주여! 제 아이를 이런 사람으로 키워주소서. 자신이 약할 때 이를 분별할 정도로 강하고 두려울 때 자신과 맞설 만큼 용감하고 정직한 패배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의연하며 승리에 겸손하고 온유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소망이 실천을 대신하지 않는 사람으로 키워 주소서. 주님을 알고 또한 자신을 아는 것이 지식의 초섬임을 하는 아이가 되게 하소서.

 바라옵나니, 그를 평탄하고 안이한 길로 인도하지 마옵시고 고난과 도전의 시련과 자극에 직면하는 길로 인도하소서. 그리하여 폭풍우에 맞서 용감히 싸울 줄 알고 패자를 가엽게 여길 줄 알게 하소서.

마음이 깨끗하고 목표가 고상하며, 남을 지배하려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다스릴 줄 알고 웃을 줄 알면서도 우는 법을 결코 잊지 않게 하시고 미래를 내다보는 동시에 과거를 잊지 않는 아이로 키워주소서.

 바라옵나니, 이 모든 것을 다 이루어주신 다음 그에 더하여 넉넉한 유머감각을 갖게 하소서. 그리하여 늘 진지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지나치게 심각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하서서. 그에게 겸손한 마을을 갖게 하시어 참으로 위대한 것은 소박함에 있음을 알게 하시고 참된 지혜는 열린 마음에 있으며 참된 힘은 온유함에 있음을 명심하게 하소서.

 그리하면 아비 된 제가 ‘인생을 헛되이 살지 않았느니라’ 고 감히 고백할 수 있겠나이다.

(A Soldier's Prayer for His Son, 맥아더장군의 아들을 위한 기도)

 

 

21. 先帝創業未半,

而中道崩?. 今天下三分, 益州疲弊. 此誠危急存亡之秋也. 然侍衛之臣, 不懈於內, 忠志之士, 忘身於外者, 蓋追先帝之殊遇, 欲報之於陛下也. 誠宜開張聖聽, 以光先帝遺德, 恢弘志士之氣. 不宜妄自菲薄, 引喩失義, 以塞忠諫之路也. 宮中府中, 俱爲一體. 陟罰臧否, 不宜異同. 若有作奸犯科, 及爲忠善者, 宜付有司, 論其刑賞, 以昭陛下平明之理. 不宜偏私, 使內外異法也. 侍中侍郞, 郭攸之費褘董允等, 此皆良實, 志慮忠純. 是以先帝簡拔, 以遺陛下. 愚以爲, 宮中之事, 事無大小, 悉以咨之, 然後施行, 必能裨補闕漏, 有所廣益. 將軍向寵, 性行淑均, 曉暢軍事. 試用於昔日, 先帝稱之曰能. 是以衆議, 擧寵爲督. 愚以爲, 營中之事, 事無大小, 悉以咨之, 必能使行陣和睦, 優劣得所也. 親賢臣, 遠小人, 此先漢所以興隆也. 親小人, 遠賢臣, 此後漢所以傾頹也. 先帝在時, 每與臣論此事, 未嘗不歎息痛恨於桓靈也. 侍中尙書長史參軍, 此悉貞亮死節之臣. 願陛下親之信之, 則漢室之隆, 可計日而待也. 臣本布衣, 躬耕南陽. 苟全性命於亂世, 不求聞達於諸侯. 先帝不以臣卑鄙, 猥自枉屈, 三顧臣於草廬之中, 咨臣以當世之事. 由是感激, 遂許先帝以驅馳. 後値傾覆, 受任於敗軍之際, 奉命於危難之間. 爾來二十有一年矣. 先帝知臣謹愼. 故臨崩寄臣以大事也. 受命以來, 夙夜憂嘆, 恐託付不效, 以傷先帝之明. 故五月渡瀘, 深入不毛. 今南方已定, 兵甲已足. 當?率三軍, 北定中原. 庶竭駑鈍, 攘除姦凶, 興復漢室, 還于舊都. 此臣所以報先帝, 而忠陛下之職分也. 至於斟酌損益, 進盡忠言, 則攸之?允之任也. 願陛下託臣以討賊興復之效. 不效則治臣之罪, 以告先帝之靈. 若無興德之言, 責攸之?允等之咎, 以彰其慢. 陛下亦宜自謀 以諮諏善道, 察納雅言, 深追先帝遺詔. 臣不勝受恩感激, 今當遠離, 臨表涕泣, 不知所云. (제갈공명의 출사표出師表)

 

 

 선제先帝(촉한蜀漢을 건국한 소열제昭烈帝 유비劉備)께서는 창업을 반도 이루기 전에 중도中道에 돌아가셨습니다. 지금 천하가 셋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익주益州는 피폐해졌으니, 이때야말로 진실로 국가의 존망이 달린 위급한 때입니다. 그러나 폐하를 모시며 호위하는 신하들이 궁중에서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충성스런 장수들이 조정 밖에서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는 것은 선제의 특별하신 대우를 추모하여 폐하께 보답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진실로 폐하께서는 견문을 넓히시어 선제께서 남기신 덕망을 빛내시고 뜻있는 인사들의 기개를 넓히셔야 합니다. 공연히 폐하 스스로 변변치 못하다고 여기시고 사리에 맞지 않는 비유를 들어 충간忠諫의 길을 막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궁중宮中과 부중府中이 모두 한 몸이 되어 잘 한 자는 상을 주고, 잘못한 자는 벌주는 데 있어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만약에 간사한 짓을 하거나, 범법행위를 한 사람이나, 충성스럽고 착한 사람이 있으면 관리에게 넘겨 상벌을 논정論定하여, 폐하의 공평하고도 밝은 다스림을 밝게 드러내야지, 사사로움에 치우쳐 안팎으로 법도가 다르면 안 됩니다.

 시중侍中인 곽유지와 비의, 시랑인 동윤 등은 모두 선량하고 착실하며, 그 마음이 충직하고도 순정純正합니다. 그러므로 선제께서 선발하시어 폐하께 남겨주신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궁중의 일은 크고 작은 일을 막론하고 모두 그들에게 자문을 구하신 후에 시행하시면 반드시 모자란 점을 보충 받아 널리 유익한 점이 있을 것입니다.

 장군 상총은 성품과 행동이 훌륭하고도 공평하며 군사에 밝아서, 옛날에 한 번 시험삼아 써 보시고는 선제께서 유능하다고 칭찬하셨습니다. 그런 까닭에 여럿이 의논해서 총을 도독으로 임명했던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진중의 일은 크고 작은 일을 막론하고 모두 그에게 자문을 구하시면, 반드시 진중이 화목하고 우수한 사람과 열등한 사람을 적당한 곳에 배치하도록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진 신하를 가까이하고 소인배를 멀리한 것이 바로 전한前漢이 흥성한 이유이며, 소인배를 가까이하고 어진 신하를 멀리한 것이 바로 후한後漢이 기울고 패망한 이유입니다. 선제께서 생전에 매번 저와 이런 일들을 의논하면서, 환제桓帝와 영제靈帝때의 일로 인해 탄식하고 통한으로 여기지 않으신 적이 없습니다.

 시중상서侍中尙書인 진진과 장사인 장예와 참군인 장완은 모두 마음이 곧고 신의가 있으며 충절을 위하여 죽을 신하들이니, 폐하께서는 그들을 가까이 하고 믿으십시오. 그러면 한 왕실의 부흥은 날짜를 세면서 기다릴 수 있을 겁니다.

 신은 본래 평민으로 남양에서 몸소 밭을 갈며 난세亂世에 구차하게 생명을 보전하면서, 제후諸侯에게 나아가 명성이나 벼슬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선제께서는 저를 비천하다고 여기시지 않으시고, 송구스럽게도 몸소 왕림하시어 누추한 움막으로 세 번이나 저를 찾아 오셔서, 당시의 일을 저에게 자문하셨습니다. 이런 일로 인해 감격해서 선제를 위해 부지런히 일하기로 약속했던 것입니다. 그 후에 나라가 기울어져 전복되려는 위기를 만나서, 패전한 때에 임무를 맡고 위급한 때에 명을 받든 지가 21년이 지났습니다. 선제께서는 저를 신중한 사람으로 아시므로 임종하실 적에 제게 큰 일을 맡기신 것입니다. 명을 받은 이후로, 밤낮 근심하며 부탁하신 일을 이루지 못해서, 선제의 밝으신 덕을 손상시킬까 두려워하였습니다. 그러므로 5월에 노수를 건너 불모의 땅에 깊이 쳐들어가서 이제 남방은 평정되었고, 군대와 무기도 이미 풍족하니 마땅히 삼군三軍을 거느리고 북쪽의 중원中原을 평정해야 합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아둔하나마 제 힘을 다해 간흉을 물리치고 한 왕실을 부흥하여, 옛 도읍지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선제의 은혜에 보답하고, 폐하께 충성을 다하는 직분인 것입니다. 그리고 손익損益을 살펴 충언을 올리는 것은 곽유지, 비의, 동윤 등의 책임입니다.

 바라옵건대, 폐하께서는 제게 적을 토벌하여, 한 왕실을 부흥시키는 공적을 맡겨 주십시오. 공적을 이루지 못하면, 저의 죄를 다스려 선제의 영전에 고하십시오. 곽유지, 비위, 동윤 등이 잘못이 있을 때는, 꾸짖어 그 태만함을 드러내십시오. 그리고 폐하께서도 몸소 마음을 쓰셔서 선도善道를 자문하시고, 바른 말을 살펴 받아들이셔서 선제의 유명을 깊이 추종하십시오.

 저는 선제께 받은 은혜를 감당하지 못해 감격해서, 이제 멀리 떠나감에 있어 표를 대하고 보니, 눈물이 흘러 무어라 말씀을 드려야 할는지 모를 지경입니다.

 

* 出師表출사표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의 재상 제갈공명諸葛孔明의 상주문上奏文.

구분 : 표 - 중국의 문체文體의 하나로 신하가 자기의 생각을 서술하여 황 제에게 고하는 상주문上奏文.

저자 : 제갈공명(중국 삼국시대 촉한蜀漢 : 220∼263)의 정치가 · 전략가. 별칭 : 자 공명, 시호諡號 충무忠武, 와룡선생臥龍先生

 

나라 토벌을 위한 출진出陣 때, 촉제蜀帝 유선劉禪에게 바친 글로서, 전후前後 두 편인데 전편은 227년 작이고 후편은 228년(?) 작이다. <삼국지三國誌>의 <제갈량전諸葛亮傳>, <문선文選> 등에 수록되어 있다. ‘선제의 창업創業 아직 반에 이르지 못하고 중도에 붕조崩조:崩御하다’ 라는 서두로 시작된다. 국가의 장래를 우려한 전문全文은 제갈공명의 진정眞情을 토로한 정열적인 고금古今의 명문名文으로 알려져 있다.

 

 

22.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

our fathers brought forth on this continent, a new nation, conceived in liberty, and dedicated to the proposition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 Now we are engaged in a great civil war, testing whether that nation, or any nation so conceived and so dedicated, can long endure. We are met on a great battlefield of that war. We have come to dedicate a portion of that field, as a final resting place for those who here gave their lives that that nation might live. It is altogether fitting and proper that we should do this.But, in a larger sense, we cannot dedicate-we cannot consecrate-we cannot hallow-this groud. The brave men, living and dead, who struggled here, have consecrated it, far above our poor power to add or detract. The world will little note, nor long remember, what we say here, but it can never forget what they did here. It is for us the living, rather, to be dedicated here to the unfinished work which they who fought here have thus far so nobly advanced. It is rather for us to be here dedicated to the great task remaining before us-that from these honored dead we take increased devotion to that cause for which they gave the last full measure of devotion-that we here highly resolve that these dead shall not have died in vain-that this nation, under God, shall have a new birth of freedom-and that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

(Abraham Lincoln's Gettysburg Address, Nov.19, 1863, 게티스 버그연설)

 

지금으로부터 87년 전 우리의 선조들은 이 대륙에서 자유 속에 잉태되고 만인은 모두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명제에 봉헌된 한 새로운 나라를 탄생시켰습니다. 우리는 지금 거대한 내전에 휩싸여 있고 우리 선조들이 세운 나라가, 아니 그렇게 잉태되고 그렇게 봉헌된 어떤 나라가, 과연 이 지상에 오랫동안 존재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시험받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모인 이 자리는 남군과 북군 사이에 큰 싸움이 벌어졌던 곳입니다. 우리는 이 나라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에게 마지막 안식처가 될 수 있도록 그 싸움터의 땅 한 뙈기를 헌납하고자 여기 왔습니다. 우리의 이 행위는 너무도 마땅하고 적절한 것입니다.그러나 더 큰 의미에서, 이 땅을 봉헌하고 축성하며 신성하게 하는 자는 우리가 아닙니다. 여기 목숨 바쳐 싸웠던 그 용감한 사람들, 전사자 혹은 생존자들이, 이미 이곳을 신성한 땅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거기 더 보태고 뺄 것이 없습니다. 세계는 우리가 여기 모여 무슨 말을 했는가를 별로 주목하지도, 오래 기억하지도 않겠지만 그 용감한 사람들이 여기서 수행한 일이 어떤 것이었던가는 결코 잊지 않을것입니다. 그들이 싸워서 그토록 고결하게 전진시킨, 그러나 미완으로 남긴 일을 수행하는데 헌납되어야 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들 살아 있는 자들입니다. 우리 앞에 남겨진 그 미완의 큰 과업을 다 하기 위해 지금 여기 이곳에 바쳐져야 하는 것은 우리들 자신입니다. 우리는 그 명예롭게 죽어간 이들로부터 더 큰 헌신의 힘을 얻어 그들이 마지막 신명을 다 바쳐 지키고자 한 대의에 우리 자신을 봉헌하고, 그들이 헛되이 죽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신의 가호 아래 이 나라는 새로운 자유의 탄생을 보게 될 것이며,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부는 이 지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23. 어린이가 잠을 잔다.

내 무릎 앞에 편안히 누워서 낮잠을 달게 자고 있다. 볕 좋은 조용한 오후다. 고요하다는 고요한 것을 모두 모아서 그 중 고요한 것만을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평화라는 평화 중에 그 중 훌륭한 평화만을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아니 그래도 나는 이 고요한 자는 얼굴을 잘 말하지 못하였다. 이 세상의 고요하다는 고요한 것은 모두 이 얼굴에서 우러나는 것 같고 이세상의 평화라는 평화는 모두 이 얼굴에서 우러나는 듯 싶게 어린이의 잠자는 얼굴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고운 나비의 나래, 비단결 같은 꽃잎, 아니 아니 이 세상에 곱고 부드럽다는 아무 것으로도 형용할 수 없이 보드랍고 고운 이 자는 얼굴을 들여다보라 그 서늘한 두눈을 가볍게 감고 이렇게 귀를 귀울여야 들릴 만큼 가늘게 코를 골면서 편안히 잠자는 이 좋은 얼굴을 들여다보라 우리가 종래에 생각해 오던 하느님의 얼굴을 여기서 발견하게 된다. 어느 구석에 먼지만큼이나 더러운 티가 있느냐. 어느 곳에 우리가 싫어할 한 가지 반 가지나 있느냐. 죄많은 세상에 나서 죄를 모르고 부처보다도 예수보다도 하늘 뜻 그대로 산 하느님이 아니고 무엇이랴. 아무 꾀도 갖지 않는다 아무 획책도 모른다 배고프면 먹을 것을 찾고. 먹칼서 부르면 웃고 즐긴다, 싫으면 찡그리고 아프면 울고 거기에 무슨 꾸밈이 있느냐. 시퍼런 갈을 들고 핍박하여도 맞아서 아프기까지는 방글방글 웃으며 대하는 이다. 이 넓은 세상에 오직 이이가 있을 뿐이다. 오오! 어린이는 지금 내 무릎 위에서 잠을 잔다. 더할 수 없는 참됨과 더할 수 없는 참함과 더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갖추고 그 위에 또 위대한 창조의 힘까지 갖추어 가진 어린 하느님이 편안하게도 고요한 잠을 잔다. 옆에서 보는 사람의 마음 속까지 생각이 다른 번루한 것에 미칠 틈을 주지 않고 고결하게 순화시켜 준다 사랑스럽고도 부드러운 위엄을 가지고 곱게 곱게 순화시켜준다. 나는 지금 성당에 들어간 이상의 경건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사랑스러운 하느님- 위엄뿐만의 무서운 하느님이 아니고 - 의 자는 얼굴에 예배하고 있다.

(어린이 예찬禮讚, 1923년 개벽 1월호, 방정환)

 

24. 吾等오등은 玆에 我 朝鮮조선의 獨立國독립국임과

朝鮮人조선인의 自主民자주민임을 宣言선언하노라. 此로써 世界萬邦세계만방에 告하야 人類平等인류평등의 大義대의를 克明극명하며, 此로써 子孫萬代자손만대에 誥하야 民族自存민족자존의 正權정권을 永有영유케 하노라. 半萬年반만년 歷史역사의 權威권위를 仗하야 此를 宣言선언함이며, 二千萬이천만 民衆민중의 誠忠성충을 合하야 此를 佈明포명함이며, 民族민족의 恒久如一항구여일한 自由發展자유발전을 爲하야 此를 主張주장함이며, 人類的인류적 良心양심의 發露발로에 基因기인한 世界改造세계개조의 大機運대기운에 順應幷進순응병진하기 爲하야 此를 提起제기함이니, 是의 明命명명이며, 時代시대의 大勢대세며, 全人類전인류 共存同生權공존동생권의 正當정당한 發動발동이라, 天下何物천하하물이던지 此를 沮止抑制저지억제치 못할지니라. 舊時代구시대의 遺物유물인 侵略主義침략주의, 强權主義강권주의의 犧牲생을 作하야 有史以來유사이래 累千年누천년에 처음으로 異民族이민족 箝制겸제의 痛苦통고를 嘗한 지 今에 十年십년을 過한지라. 我 生存權생존권의 剝喪박상됨이 무릇 幾何기하며, 心靈上심령상 發展발전의 障碍장애됨이 무릇 幾何기하며, 民族的민족적 尊榮존영의 毁損훼손됨이 무릇 幾何기하며, 新銳신예와 獨創독창으로써 世界文化세계문화의 大潮流대조류에 寄與補裨기여보비할 機緣기연을 遺失유실함이 무릇 幾何기하뇨. 噫라, 舊來구래의 抑鬱억울을 宣暢선창하려 하면, 時下시하의 苦痛고통을 擺脫파탈하려 하면, 將來장래의 脅威협위를 芟除삼제하려 하면, 民族的민족적 良心양심과 國家的국가적 廉義염의의 壓縮銷殘압축소잔을 興奮伸張흥분신장하려 하면, 各個각개 人格인격의 正當정당한 發達발달을 遂하려 하면, 可憐가련한 子弟자제에게 苦恥的고치적 財産재산을 遺與유여치 안이하려 하면, 子子孫孫자자손손의 永久完全영구완전한 慶福경복을 導迎도영하려 하면, 最大急務최대급무가 民族的민족적 獨立독립을 確實확실케 함이니, 二千萬이천만 各個각개가 人마다 方寸방촌의 刃을 懷하고, 人類通性인류통성과 時代良心시대양심이 正義정의의 軍과 人道인도의 干戈간과로써 護援호원하는 今日금일, 吾人오인은 進하야 取하매 何强하강을 挫치 못하랴. 退하야 作하매 何志하지를 展치 못하랴. 丙子修好條規병자수호조규 以來이래 時時種種시시종종의 金石盟約금석맹약을 食하얏다 하야 日本일본의 無信무신을 罪하려 안이 하노라. 學者학자는 講壇강단에서, 政治家정치가는 實際실제에서, 我 世宗世業세종세업을 植民地視식민지시하고, 我 文化民族문화민족을 土昧人遇토매인우하야, 한갓 征服者정복자의 快를 貪할 뿐이오, 我의 久遠구원한 社會基礎사회기초와 卓락탁락한 民族心理민족심리를 無視무시한다 하야 日本일본의 少義소의함을 責하려 안이 하노라. 自己자기를 策勵책려하기에 急한 吾人오인은 他의 怨尤원우를 暇치 못하노라. 現在현재를 綢繆주무하기에 急한 吾人오인은 宿昔숙석의 懲辨징변을 暇치 못하노라. 今日금일 吾人오인의 所任소임은 다만 自己자기의 建設건설이 有할 뿐이오, 決코 他의 破壞파괴에 在치 안이하도다. 嚴肅엄숙한 良心양심의 命令명령으로써 自家자가의 新運命신운명을 開拓개척함이오, 決코 舊怨구원과 一時的일시적 感情감정으로써 他를 嫉逐排斥질축배척함이 안이로다. 舊思想구사상, 舊勢力구세력에 羈미기미된 日本일본 爲政家위정가의 功名的공명적 犧牲희생이 된 不自然부자연, 又 不合理불합리한 錯誤狀態착오상태를 改善匡正개선광정하야, 自然자연, 又 合理합리한 正經大原정경대원으로 歸還귀환케 함이로다. 當初당초에 民族的민족적 要求요구로서 出치 안이 한 兩國倂合양국병합 虛飾허식의 下에서 利害相反이해상반한 兩 民族間민족간에 永遠영원히 和同화동할 수 없는 怨溝원구를 去益深造거익심조하는 今來實績금래실적을 觀하라. 勇明果敢용명과감으로써 舊誤구오를 廓正확정하고, 眞正진정한 理解이해와 同情동정에 基本기본한 友好的우호적 新局面신국면을 打開타개함이 彼此間피차간 遠禍召福원화소복하는 捷徑첩경임을 明知명지할 것 안인가. 또, 二千萬이천만 含憤蓄怨함분축원의 民을 威力위력으로써 拘束구속함은 다만 東洋동양의 永久영구한 平和평화를 保障보장 所以소이가 안일 뿐 안이라, 此로 因하야 東洋安危동양안위의 主軸주축인 四億萬4억만 支那人지나인의 日本일본에 對한 危懼위구와 猜疑시의를 갈수록 濃厚농후케 하야, 그 結果결과로 東洋동양 全局전국이 共倒同亡공도동망의 悲運비운을 招致초치할 것이 明하니, 今日금일 吾人오인의 朝鮮獨立조선독립은 朝鮮人조선인으로 하여금 正當당한 生榮생영을 遂케 하는 同時동시에, 日本일본으로 하여금 邪路로로서 出하야 東洋동양 支持者지지자인 重責중책을 全케 하는 것이며, 支那지나로 하야금 夢寐몽매에도 免하지 못 하는 不安불안, 恐怖공포로서 脫出탈출케 하는 것이며, 또 東洋平和동양평화로 重要중요한 一部일부를 삼는 世界平和세계평화, 人類幸福인류행복에 必要필요한 階段계단이 되게 하는 것이라. 이 엇지 區區구구한 感情上감정상 問題문제이리오. 아아, 新天地신천지가 眼前안전에 展開전개되도다. 威力위력의 時代시대가 去하고 道義도의의 時代시대가 來하도다. 過去과거 全世紀전세기에 鍊磨長養연마장양된 人道的인도적 精神정신이 바야흐로 新文明신문명의 曙光광을 人類인류의 歷史역사에 投射투사하기 始하도다. 新春신춘이 世界세계에 來하야 萬物만물의 回蘇회소를 催促최촉하는도다. 凍氷寒雪동빙한설에 呼吸호흡을 閉蟄폐칩한 것이 彼一時피일시의 勢세이라 하면 和風暖화풍난양에 氣脈기맥을 振舒진서함은 此一時차일시의 勢이니, 天地천지의 復運복운에 際하고 世界세계의 變潮변조를 乘한 吾人오인은 아모 躊躇주저할 것 없스며, 아모 忌憚기탄할 것 없도다. 我의 固有고유한 自由權자유권을 護全전하야 生旺생왕의 樂을 飽享포향할 것이며, 我의 自足자족한 獨創力독창력을 發揮발휘하야 春滿춘만한 大界대계에 民族的민족적 精華정화를 結紐결뉴할지로다. 吾等오등이 玆에 奮起분기하도다. 良心양심이 我와 同存동존하며 眞理진리가 我와 幷進병진하는도다. 男女老少남녀노소 없이 陰鬱음울한 古巢고소로서 活潑활발히 起來기래하야 萬彙群象만휘군상으로 더불어 欣快흔쾌한 復活부활을 成遂성수하게 되도다. 千百世천백세 祖靈조령이 吾等오등을 陰佑음우하며 全世界전세계 氣運기운이 吾等오등을 外護외호하나니, 着手착수가 곳 成功성공이라. 다만, 前頭전두의 光明광명으로 驀進맥진할 따름인뎌. 公約三章공약3장ㅡ. 今日금일 吾人오인의 此擧차거는 正義정의, 人道인도, 生存생존, 尊榮존영을 爲하는 民族的민족적 要求요구이니, 오즉 自由的자유적 精神정신을 發揮발휘할 것이오, 決코 排他的배타적 感情감정으로 逸走일주하지 말라. ㅡ. 最後최후의 一人1인까지, 最後최후의 一刻1각까지 民族민족의 正當정당한 意思의사를 快히 發表발표하라. ㅡ. 一切일체의 行動행동은 가장 秩序질서를 尊重존중하야, 吾人오인의 主張주장과 態度태도로 하야금 어대까지던지 光明正大광명정대하게 하라.

 

 朝鮮建國조선건국 4252년 3월 1일 朝鮮民族代表조선민족대표

 

천도교측에서는 손병희孫秉熙, 권동진權東鎭, 오세창吳世昌, 임예환林禮煥, 나인협羅仁協, 홍기조洪基兆, 박준승朴準承, 양한묵梁漢默, 권병덕權秉悳, 김완규金完圭, 나용환羅龍煥, 이종훈李鍾勳, 홍병기洪秉箕, 이종일李鍾一, 최린崔麟의 15명이,

기독교측에서는 이승훈李承薰, 박희도朴熙道, 이갑성李甲成, 오화영吳華英, 최성모崔聖模, 이필주李弼柱, 김창준金昌俊, 신석구申錫九, 박동완朴東完, 신홍식申洪植, 양전백梁甸伯, 이명룡李明龍, 길선주吉善宙, 유여대劉如大, 김병조金秉祚, 정춘수鄭春洙의 16명이,

불교측 대표로서는 한용운韓龍雲과 백용성白龍成의 2명이 서명 · 날인

(3․1운동독립선언서, 기미독립선언서己未獨立宣言書)

 

 

25. 國之語音이 異乎中國하야

 

與文字로 不相流通할새 故로 愚民이 有所欲言하여도 而終不得伸其情者多矣라 予, 一爲此憫然하야 新制二十八字 하오니 欲使人人으로 易習하야 便於日用耳니라

 

 

국지어음이 이호중국하야 여문자로 불상유통할쌔 고로 우민이 유소욕언하여도 이종부득신기정자다의라. 여, 위차민연하야 신제이십팔자하노니 욕사인인으로 이습하야 편어일용이니라.

 

나라의 말씀이 중국과 달라 말과 문자로써 서로 의사소통이 어려움으로,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그 뜻을 바로 펼치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니라. 내가 이를 가엾이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노니, 사람마다 쉽게 익혀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훈민정음 창제 서문)

 

 

26.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같이 힘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꼭 이것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은 죽음이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따뜻한 봄바람이다.

풀밭에 속잎 나고 가지에 싹이 트고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의 천지는 얼마나 기쁘며, 얼마나 아름다우냐?

이것을 얼음 속에서 불러내는 것이 따뜻한 봄바람이다.

인생에 따뜻한 봄바람을 불어 보내는 것은 청춘의 끓는 피다.

청춘의 피가 뜨거운지라,

인간의 동산에는 사람의 풀이 돋고,

이상理想의 꽃이 피고,

희망의 놀이 뜨고,

열락悅樂의 새가 운다.

사랑의 풀이 없으면 인간은 사막이다.

오아시스도 없는 사막이다.

보이는 끝 끝까지 찾아 다녀도,

목숨이 있는 때까지 방황하여도, 보이는 것은 모래뿐인 것이다.

이상의 꽃이 없으면 쓸쓸한 인간에 남는 것은 영락榮樂과 부패뿐이다.

낙원을 장식하는 천자만홍千紫萬紅이 어디 있으며,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온갖 과실이 어디 있으랴?

이상!

우리의 청춘이 가장 많이 품고 있는 이상!

이것이야말로 무한한 가치를 가진 것이다.

사람은 크고 작고 간에 이상이 있으므로 용감하고 굳세게 살 수 있는 것이 다.

석가釋迦는 무엇을 위하여 설산雪山에서 고행을 하였으며,

예수는 무엇을 위하여 광야에서 방황하였으며,

공자孔子는 무엇을 위하여 천하를 철환撤還하였는가?

밥을 위하여서, 옷을 위하여서,

미인을 구하기 위하여서 그리하였는가?

아니다.

그들은 커다란 이상, 곧 만천하의 대중을 품에 안고,

그들에게 밝은 길을 찾아주며,

그들을 행복스럽고 평화스러운 곳으로 인도하겠다는 커다란 이상을 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길지 아니한 목숨을 사는가싶이 살았으며,

그들의 그림자는 천고에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가장 현저하여 일월과 같은 예가 되려니와

그와 같지 못하다 할지라도 창공에 반짝이는 뭇별과 같이,

산야에 피어나는 군영群英과 같이

이상은 실로 인간의 부패를 방지하는 소금이라 할지니,

인생에 가치를 주는 원질原質이 되는 것이다.

이상! 빛나는 귀중한 이상,

그것은 청춘이 누리는 바 특권이다.

그들은 순진한지라 감동하기 쉽고

그들은 점염點染이 적은지라 죄악에 병들지 아니하였고,

그들은 앞이 긴지라 착목着目하는 곳이 원대하고,

그들은 피가 더운지라 현실에 대한 자신과 용기가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상의 보배를 능히 품으며,

그들의 이상의 아름답고 소담스러운 열매를 맺어 우리 인생을 풍부하게 하 는 것이다.

보라, 청춘을!

그들의 몸이 얼마나 튼튼하며,

그들의 피부가 얼마나 생생하며,

그들의 눈에 무엇이 타오르고 있는가?

우리 눈이 그것을 보는 때에 우리의 귀는 생의 찬미를 듣는다.

그것은 웅대한 관현악이며, 미묘한 교향악이다.

뼈 끝에 스며들어가는 열락의 소리다.

이것은 피어나기 전인 유소년幼少年에게서 구하지 못할 바이며,

시들어 가는 노년에게서 구하지 못할 바이며,

오직 우리 청춘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청춘은 인생의 황금시대다.

우리는 이 황금시대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기 위하여,

이 황금시대를 영원히 붙잡아 두기 위하여, 힘차게 노래하며 힘차게 약동하 자!.

(청춘예찬靑春禮讚, 민태원)

 

 

27. 목계木鷄

옛날 기성자紀省子라는 투계鬪鷄 사육사가 있었다. 닭싸움을 좋아하는 왕이 기성자에게 닭 한 마리를 주면서 천하에 제일가는 싸움닭으로 훈련시키라고 명령했다. 10일이 지나자 왕이 기성자에게 물었다.

“어떤가, 닭이 투계용으로 훈련되었는가?”

“예, 치고 물어뜯고 쫓고 싸우는 훈련은 다 되었으나 늘 눈에 살기殺氣가 등 등하여 자꾸 적을 찾고 있습니다. 며칠 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로부터 10일이 지나자 왕이 또 물었다.

“예, 이제 눈에 살기는 사라지고 적을 찾아 헤매지는 않지만 다른 닭에게 신경을 쓰고 있으며, 닭을 보면 금방 투지鬪志를 보입니다. 며칠 더 훈련 이 필요합니다.”

또 10일이 지나서 왕이 묻자 기성자가 대답했다.

“역시 안 되겠나이다. 다른 닭을 아직도 노려보고 있사옵니다.”

그리고 또 10일이 지났을 때, 왕의 물음에 기성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제 되었나이다. 모든 닭이 울어대도 전혀 개의치않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사옵니다. 흡사 목계木鷄 같으니 덕을 온전히 갖추었다고 보아야 하겠 나이다. 다른 닭들은 대드는 일이 없고 보기만 해도 슬슬 도망을 치옵니다.”

 

 

28. 옛날에 면벽面壁  9년 참선參禪으로 유명한

달마대사達磨大師가 수제자首弟子 네 사람을 불러 앉혀놓고 깨친 바를 말해보라고 했습니다. 도부道副가 말하기를

“直旨人心직지인심 見性成佛견성성불하는데 무슨 문자文字가 필요하느냐고 말하지만 도를 깨치는데 한 방편으로 문자를 사용함도 좋다고 생각합니 다.”

달마는

“너는 나의 살갗을 얻었을 뿐이다.”

총지摠持

“저는 아난존자阿難尊者가 염원하던 서방불국토西方佛國土를 이루도록 원력願 力을 세워나가겠습니다.”

달마가

“너는 나의 살을 얻었을 뿐이다.”

도육道育이 말했다.

“사람의 육신이나 우주의 만유萬有를 이루는 4대5온이 본시 공허空虛한 것입니다. 이 세상에 불변하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달마는

“너는 나의 뼈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혜가慧可는 입을 꽉 다물고 묵묵히 앉아있다가 자기 차례가 되니 그냥 제자리에서 일어나 스승에게 공손히 3배를 올리고 아무 말없이 다시 앉아 침묵을 지켰다. 달마가 이 모습을 보고 말했다.

“너는 나의 진수眞髓를 얻었느니라. 너는 나를 이어 선종禪宗 제 2조가 되리라.”

 

 

28. 선종禪宗의 5조인 홍인대사弘忍大師에게

뛰어난 두 제자가 있었습니다. 신수神秀는 경전經典에 통달通達했고, 혜능慧能은 절의 부목負木(방아 찧고 땔감하는 머슴)이었습니다. 홍인대사가 자리를 물려줄 제자를 찾고 있어 두 사람에게 글을 지어 올리라고 했습니다.

신수는 ‘내 몸은 보리수요 내 마음은 거울입니다. 수시로 털고 닦아서 먼지가 일지 않도록 하겠나이다’ 라고 썼습니다.

身是菩提樹신시보리수 心如明鏡臺심여명경대 隨時勤拂拭수시근불식 莫使惹塵埃막사야진애

 

혜능은 ‘보리수란 없습니다. 거울 또한 없습니다. 본시 아무 것도 없거늘 어디서 먼지가 일겠나이까’ 라고 썼습니다.

菩提本無樹보리본무수 明鏡亦非臺명경역비대 本來無一物본래무일물 何處惹塵埃하처야진애

 

 

* 선종禪宗 5대조代祖 : 달마達磨, 혜가慧可, 승찬僧璨, 도신道信, 홍인弘忍, 혜능慧能

 

 

29.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사물事物 즉 현상現象은 모두 허망虛妄한 것이다. 그래서 현상과 본질本質을 함께 볼 수 있을 때 우주의 실상實相을 바로 보게 된다.

 

凡所有相범소유상 皆是虛妄개시허망 若見약견 諸相非相제상비상 卽見如來즉견여래

(금강경金剛經)

 

 

30. 조선 태조 이성계와 국사國師 무학대사無學大師는 막역莫逆한 사이였다. 하루는 심심 파적破寂삼아 태조가 무학에게 농을 던졌다.

“대사, 대사는 모습이 꼭 돼지 같소이다.”

무학대사의 시커먼 화색和色(얼굴 색)을 은근히 조롱嘲弄했다. 그러자 무학대사가 정색을 하며

“상감마마는 마치 부처님 같습니다.”

태조가 못마땅하여 힐난詰難했다.

“대사, 과인寡人은 농담을 하자고 했는데 ….”

무학이 대꾸했다.

“저도 농담이옵니다.”

태조가 말했다.

“무슨 농담이 그렇소이까.”

무학이 대답했다.

“상감마마,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부처만 보이는 것 이옵니다.”

태조를 돼지로 자기는 부처로 표현한 것이다. 그제야 태조가 박장대소拍掌大笑했다.

 

 

31. 조선조 선조 때 서산대사西山大師

한 때 금강산 유점사에 머물렀다. 그 절에는 김서방書房이라는 부목負木(물 긷고 땔감 하는 머슴)이 있었습니다. 물 긷고 땔감이나 해 나르는 심부름꾼이었던 그는 늘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괴롭고 고될 때도 있으련만 그는 한결같이 괴롭다거나 어렵다는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습니다. 마치 천치天痴바보거나 멍청이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서산대사의 눈에는 그가 인욕忍辱이라는 큰 덕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불가佛家에는 보시布施, 지계持戒, 인욕忍辱, 정진精進, 선정禪定, 지혜智慧라는 6바라밀波羅密이 있습니다. 이 6도는 하나같이 달관達觀의 세계, 행복의 세계, 피안彼岸의 세계로 건너가는 다리입니다.

어느 날 서산대사가 김서방을 불러 일렀습니다.

“내일 우리 절에 큰 법회法會가 있으니 4부대중四部大衆이 공양供養을 할 수 있도록 가장 큰 가마솥을 저 쪽 뜨락에 걸어놓고 내게 와서 알려라.”

“예, 큰스님의 분부대로 곧장 하겠습니다.”

하고는 곧장 큰 솥을 뜨락에 걸어놓고 달려가 서산대사에게 솥을 걸었다고 말했습니다. 서산대사가 걸어놓은 솥을 보더니

“잘못 걸었어, 다시 해봐!”

라고 했습니다. 김서방은 곧장 다시 가마솥을 손봤습니다. 대사에게 갔더니 와서 보고는 또 잘못되었다고 했습니다.

“다시 걸어!”

김서방은 또 솥을 허물고 다시 걸었습니다. 대사에게 가서 말씀드렸더니 와서는 또 잘못 걸었다고 고치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아홉 번을 되풀이 했습니다. 아홉 번째 김서방은 서산대사의 고쳐 걸어라! 는 불호령을 듣고 다시 달려갔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서산대사의 근엄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습니다.

“9정선사九鼎禪師께서는 그 자리에 좌정하십시오. 구정선사께서는 가지 마시 고 거기 좌정坐定해주십시오.”

김서방은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체 덥썩 자리에 앉아버렸습니다. 서산대사가 김서방에게 다가오더니 3배를 올렸습니다.

“그대는 오늘 구정선사에 올랐습니다. 소승小僧이 솥을 아무 까닭없이 아홉 번이나 고쳐걸라고 했을 때, 선사께서는 얼굴 한 번 붉히지 않고 한결같이 미소 지은 모습으로 솥을 아홉 번이나 고쳐걸었습니다. 그 안내심, 그 인 욕忍欲이 당신으로 하여금 선사禪師 자리에 오르게 하였습니다. 내일부터는 구정선사께서 유점사를 맡아주시고 소승은 묘향산으로 돌아가겠습니다.”

 

 

32. 옛날 러시아에 농노農奴 이봔이

살았습니다. 이봔은 날마다 하나님께 지주地主가 되어 많은 땅을 가지게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이봔의 기도에 감동한 하나님이 어느 날 새벽에 강림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이봔, 내가 너에게 땅을 주겠다. 그러나 한 가지 조건이 있다. 해가 뜰 때 출발해서 해가 지기 전에 돌아오면 네가 밟은 땅을 모두 너에게 주겠다.”

이봔은 고맙고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해가 뜨기 전부터 마당에 나와 해 뜨기를 기다렸다가 이윽고 해가 지평선에 떠오르자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하루 종일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쉬지 않고 달렸습니다. 한 뼘이라도 더 가지려고 죽을 힘을 내서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봔은 해가 지기 전에 돌아와야 한다는 하나님 말씀을 상기하고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 쏟아 달렸습니다. 그러자 집에 닿기도 전에 해가 넘어가버리자 그만 쓰러져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죽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불쌍한 이봔을 쓰러진 자리에 묻었습니다. 하나님은 ‘바보 이봔’이라고 묘비명墓碑銘을 쓰게 하였습니다.

(톨스토이 소설 바보 이봔)

 

 

33. 송나라 진종眞宗황제

 

 

. 권학문勸學文에서

 

논밭을 살 필요가 없다.

책 가운데 벼슬이 들어있다. (書中自有千種粟 서중자유천종속)

살 집도 염려마라,

책에는 좋은 집도 있다. (書中自有黃金屋 서중자유황금옥)

수레도 근심치 말라,

책에는 호화로운 마차도 있다. (書中馬車多如簇 서중마차다여족)

매우 아름다운 여인도 얻을 수 있다,

책 가운데는 어진 아내가 있다. (書中有女顔如玉 서중유녀안여옥)

 

 

. 시인詩人 두보杜甫

많은 책을 읽고나면 붓 끝에 신이 내린 듯 문장이 나온다.

(讀破書萬卷 下筆如有神)

 

 

. 소크라테스

남이 지은 책을 읽는 것은, 남의 노력으로 쉽게 나를 개선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 몽테뉴

독서는 안가安價며 영원한 쾌락快樂이다.

 

 

. 베이컨

독서는 완성된 사람을 만들고

담론論은 기지機智있는 사람을 만들고

필기筆記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34. 소동파蘇東坡의 오도송悟道頌

 

천하天下의 문장가文章家요 유, 불, 선에 통달通達한 소동파가 약관弱冠의 나이에 황주 군수郡守가 되었습니다. 소동파는 자만自慢에 넘쳐 오만傲慢하기 그지없고 안하무인眼下無人이었습니다. 그는 어느 날 옥천사玉遷寺로 승호선사承皓禪師를 찾아갔습니다.

“빈도貧徒는 승호라 합니다. 대관大官께서는 누구십니까?”

“나는 칭이요.”

“아니? 우리나라에 칭이라는 성씨姓氏는 없는 줄 아옵니다.”

“나는 천하 선지식善知識의 무게를 달아보는 저울이란 뜻입니다.”

승호선사는 어이가 없어 잠시 뜸을 들이다가 갑자기

“악!” 하고 악을 썼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대관께서 저울이라면 금방 제가 쓴 악! 소리는 몇 근이나 되옵니까?”

여태껏 사람들과 대화에서 말이 막혀본 적이 없는 소동파도 말문이 막혔습니다.

“승호선사님, 오늘 저는 처음으로 선지식을 만나뵈웠습니다. 원컨대 저에게 설법說法을 내려주십시오.”

“대관께서는 어째서 유정설법有情說法만 들으려하고 무정설법無情說法을 모르 십니까?”

소동파는 절에서 물러나 말을 타고 되돌아가면서 무정설법을 되뇌었습니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무정설법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골똘한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서 돌아오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었더니 마침 해는 지고 달이 오르는 때였습니다. 천하의 문장가 소동파의 입에서 ‘日沒西海일몰서해 月出東嶺월출동령’이란 싯귀가 튀어나왔습니다. 또한 흐르는 물을 보면서 ‘流水不爭先유수부쟁선’을 깨달았습니다. ‘此有故彼有차유고피유 此起故彼起차기고피기’ 석양에 새들이 나뭇가지에 깃들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큰 가지는 작은 가지에 작은 가지는 큰 가지에 나뭇가지들은 서로 의지하고 있었습니다. 가지는 나무둥치에 의지하고, 뿌리는 흙에 의지하고, 흙은 산에, 산은 대지大地에, 대지는 지구地球에, 지구는 우주宇宙에 의지하잖았겠습니까? 연기緣起라는 인연因緣을 깨달았습니다. 마침내 소동파는 법열法悅과 환희歡喜에 넘쳐 오도송을 읊었습니다.

 

 

溪聲便是長廣舌 계성편시장광설

山色豈非淸淨身 산색애비청정신

夜來八萬四千偈 야래팔만사천게

他日如何擧似人 타일여하거사인

 

 

시냇물 소리 부처님의 진리 대 설법

산색 청정 장엄 비로자나 법 신불

깨달은 팔만사천 게송

후세에 무엇이라 말하리

 

 

35. 우주宇宙

 

우주에 대한 지금까지의 이론은 빅 뱅설(Big Bang, 스티븐 호킹)을 바탕으로 한 진화론과 영국의 물리학자 호일 등이 주장하는 정상定常우주론 그리고 기독교에서 주장하는 창조론이 있다. 과학적으로 분석한 우주의 나이는 대략 1백 50억년이다. 우주의 공간은 400억 광년 너비다. 1초에 30만 Km를 달리는 햇빛이 400억년을 달려야 우주의 끝에서 끝까지 달릴 수 있다니 과연 무한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구에서 달까지는 1광초, 태양까지는 7광분, 태양계 끝까지는 약 8광시간입니다. 지구가 궤도를 한 번 도는데는 365일이 걸리지만 명왕성이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는 91,990일이 걸린다. 명왕성의 1년은 지구의 252년이다.

불가에서 말하는 겁이라는 시간 단위는 ‘천지개벽이 일어나서 다음 천지개벽이 일어날 때까지의 시간’ 이다. 불가에서는 겁을 반석겁盤石劫 또는 개자겁芥子劫이라고도 한다. 반석겁은 사방 4십리 큰 바위가 있는데 백 년에 한 번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그 바위 위에서 놀다가 올라간다고 한다. 그 천사의 치맛자락에 쓸려서 바위가 다 달아지는 시간이 반석겁이다. 겨자겁은 사방 4십리의 큰 창고에 겨자 씨알이 가득 들어 있는데 백 년에 한 번 천사가 내려와서 그 겨자 씨알 한 개씩을 하늘로 갖다 나른다고 한다. 그 겨자 씨알이 다 하늘로 옮겨지는 시간을 1겁 즉 겨자겁이라고 한다.

우주 공간은 약 400억 광년의 너비다. 1초에 30만Km를 달리는 빛이 400억 년을 달려야 한다. 무한대無限大다. 지구에서 달까지는 1광초고, 태양까지는 7광분이며, 태양계 끝까지는 약 8광시간이다. 1겁은 4억 8,000만 년이다.

기독교에서의 우주는 태초에 원시물질인 계란 같은 덩어리가 폭발해서 우주가 열리기 시작했는데 그 덩어리가 하나님의 피조물이며, 폭발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다.

불교에서 우주는 맥동하는 하나의 큰 생명체로써 本有無作본유무작 本始無終 본시무종이라고 한다. 처음과 끝이 없다는 뜻이다.

 

 

36. 騎虎之勢기호지세

 

중국 북조北朝의 마지막 왕 선제의 장인이었던 양견은 외척外戚이었을 뿐만 아니라 인물이 뛰어나 재상宰相을 역임歷任했다. 그는 천하통일天下統一의 큰 뜻을 품고 있었는데 선제가 붕어崩御했다. 대를 이을 왕자는 나이가 어리고 현명하지도 못했다. 부인 독고씨는 총명했는데 양견의 뜻을 알고 남편을 독려督勵했다.

“하루에 천 리를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바에야 도중에 내리려다가는 호랑이 밥이 됩니다. 그러니 호랑이 등에서 내리려고 하지 말고 끝까지 달 려서 기필코 목적 하는 바를 성취하십시오.”

양견은 이 기회를 놓칠새라 온갖 지모智謀와 수단을 다 동원해서 수나라를 세우고 문제가 되자 부인은 왕후가 되었고, 후세에 여걸女傑로 칭송받았다.

 

 

37. 難兄難弟난형난제

 

중국 후한 말기 때 사람 진식은 그의 아들 진기, 진심과 함께 3군이라 일컫어질만큼 덕망德望이 높았다. 한 번은 진식이 어디를 함께 가기로 약속했다. 정한 시간이 되어도 친구가 오지 않아 진식은 혼자 외출을 하였다. 뒤늦게 나타난 아버지의 친구가 문 밖에서 놀고있는 진기에게 물었다.

“아버지, 안에 계시냐?”

“기다리다가 먼저 가셨습니다.”

그 말을 들은 아버지의 친구분이 화를 냈다.

“괘씸한 사람 같으니라구. 약속을 해놓고 먼저 혼자 가다니.”

그러자 진기가 말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람은 손님입니다. 신의信義를 어겨놓고, 친구의 자식 을 앞에두고 그 아버지를 욕하는 것은 예의禮儀에 어긋나는 것 아닙니까?”

이 진기에게 진군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진군 역시 지모智謀가 뛰어나 뒤에 재상宰相에 올랐다. 진군이 어렸을 때 4촌과 놀면서 서로 자기네 아버지가 더 훌륭하다고 다투었다. 결론이 안 나자 아이들은 할아버지 진식에게 판단을 부탁했다. 할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형은 형 되기 어렵고, 아우는 아우되기 어렵지!”

할아버지의 대답은 형과 아우가 서로 훌륭하여 견주기 어렵다는 뜻이다.

 

 

38. 南柯之夢남가지몽

 

당나라 덕종 때, 양주楊洲 교외郊外에 순우분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 집 앞에 홰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그늘이 수십 평이고 밑동에는 큰 구멍이 뚫려 있었다. 어느 날, 술을 좋아하는 순우분이 몹시 취하여 마루에서 잠을 자다가 이상한 기척에 눈을 뜨니 뜰에 마차 한 대와 함께 두 관리가 그가 잠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괴안국槐安國의 왕명王命을 받아 모시러 왔습니다.”

순우분이 일어나 그들을 따라갔다. 마차가 홰나무 구멍으로 들어가 낯선 풍경을 수십 리 달려가자 번화한 도시에 도착했다. 괴안국의 도성都城이었다. 괴안국 왕이 매우 극진하게 대접했다. 순우분은 공주에게 장가들어 부마駙馬가 되었다. 나라에 공을 세워 남가군의 태수太守가 되었고 20여 년 동안 잘 다스렸다. 슬하膝下에는 5남 2녀를 두었는데 아들들은 벼슬이 높고 딸들은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시집을 가서 잘 살았다. 그런데 이웃나라 단라국에서 쳐들어왔다. 전쟁에 패하여 목숨만을 건져 도망쳤으나 아내 공주가 병들어 죽었다. 순우분은 벼슬을 내놓고 도성으로 돌아왔다. 그를 존경하고 따르는 고관高官들이 많아지자 왕이 불안을 느꼈다. 국난國難이 일어날 조짐兆朕이라고 순우분을 참소讒訴하는 벼슬아치들이 있었다. 왕이 근신勤愼을 명령했다. 순우분이 낙심落心하자 왕이 말했다.

“고향을 떠난지 오래되었으니 이 기회에 한 번 다녀오는 것이 어떤가? 3년 이 지나면 다시 벼슬아치들을 마중보내리라.”

순우분은 관리들의 호위護衛를 받으며 집으로 돌아왔는데 마루에서 자고있는 자기 모습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놀라서 깨어보니 수행隨行한 관리들은 온데간데 없고, 그와 같이 술을 마시던 친구들은 발을 씻고 있었다. 꿈이었다. 순우분이 친구들과 꿈 이야기를 하고 홰나무 구멍을 파니 그 속에 큰 개미의 성이 있었다. 큰 개미를 작은 개미들이 호위하고 있었다. 괴안국 왕이었다. 남쪽가지로 올라가니 작은 개미집이 있었다. 그가 태수 노릇을 한 남가군이었다. 순우분은 인생의 무상無常함을 깨닫고 술을 끊고 도교道敎를 신봉信奉했다. 그로부터 3년 뒤에 죽었다. 괴안국 왕이 마중온다고 기약期約했던 3년 뒤였다.

 

 

39. 多多益善다다익선

 

한나라 고조가 초왕 한신을 체포했다. 고조가 잡혀온 한산에게 장수들에 대한 인물평을 물었다. 한신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고조가 또 물었다.

“짐은 어떤가? 짐이라면 어느 정도의 군대를 지휘할 수 있겠는가?”

한신이 서슴없이 대답했다.

“10만 군대라면 폐하께서도 지휘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경은 어떤가?”

“저는 많을수록 좋습니다.”

고조가 웃으면서

“많을수록 좋다는 경이 어째서 내 포로가 되었는가?”

“그것은 문제가 다릅니다. 폐하는 장수로써는 적임자가 아니나 장수의 장수 노릇은 하실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폐하께 잡힌 이유입니다.”

(한서漢書)

 

 

40. 斷腸단장

 

동진의 장수 환온이 촉나라로 가기 위해 배를 타고 양자강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잠시 강가에서 쉬고 가려고 배를 강변에 댔을 때 수행원이 숲에서 원숭이 새끼 한 마리를 잡아왔다. 배가 떠나자 어미 원숭이가 슬피 울면서 배를 따라왔다. 백 리 넘게 배를 따라오던 어미 원숭이는 남은 힘을 다 해 배로 뛰어들었다가 죽고말았다. 사람들이 죽은 원숭이의 배를 갈라 보았더니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

(세설신어)

 

 

41. 大器晩成대기만성

3국시대 위나라에 최염이라고 하는 유명한 장수가 있었다. 그는 산동성 무성 사람으로 풍체가 늠름하고 목소리가 우렁차 대인大人의 품격品格을 갖춘 호걸豪傑이었다. 최염에게는 최림이라는 동생이 있었다. 최림은 형과 달리 생긴 모습이나 인품도 보잘 것 없고 말재주도 변변치 못했다. 일가친척들은 최림을 경멸했다. 그러나 최염은 동생을 보는 눈이 달랐다.

“큰 종이나 큰 솥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물도 완성되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리는 법이다.”

최염의 말대로 최림은 3공의 자리에 오르고 천자天子를 보필輔弼하여 대정치가가 되었다.

(노자老子)

 

 

42. 讀書百遍義自見독서백편의자현

 

동우는 후한 말기에서 위나라 초기에 걸쳐 난세亂世를 살았던 선비로써 독학자獨學者로 유명하다. 어느 날 동우에게 글을 배우겠다고 한 선비가 찾아왔으나 거절했다.

“나에게 배우느니 그대 자신이 한 권의 책을 되풀이해서 읽는 것이 낫네. 백 번 쯤 읽다보면 뜻이 저절로 이해될테니까.”

“선생님, 저는 배워서 알고싶습니다. 백 번이나 읽을만큼 시간이 없습니 다.”

“세 가지 나머지 시간이 있지 않은가? 그 때 읽게.”

“그 세 가지 나머지 시간이란 언제인가요?”

“겨울은 그 해의 나머지 시간이요, 밤은 그 날의 나머지 시간이며, 비 오는 날은 그 때의 나머지 시간이 아니고 무엇인가?”

(3국지)

 

 

43. 同病相憐동병상련

 

오나라의 태자 합려가 자객 전서를 시켜 동생뻘 되는 오왕 요를 죽이고 스스로 왕위에 올랐다. 자객 전서를 추천한 사람이 초나라의 망명객인 오자서였는데 그는 그 공로로 대부大夫가 되었다. 오자서는 초나라 평왕의 태자 건의 태부인 오사의 아들이었다. 태자소부 비무기의 참언讖言으로 아버지 오사와 형 오상이 죽는 것을 보고 망명한 그는 복수의 일념一念에 불타고 있었다. 그가 자객刺客까지 천거薦擧해가며 합려를 도운 것은 그를 유능한 인물로 보았기 때문이다. 오자서는 합려의 힘을 빌려 초나라를 쳐서 아버지와 형의 원수를 갚으려는 생각이었다. 합려가 왕이 되고 오자서가 대부가 되었을 때 초나라에서 또 한 명의 망명객이 찾아왔는데 초의 재상 백주리의 아들 백비였다. 백비는 자기 부친이 비무기의 모함謀陷으로 죽자 오자서를 찾아온 것이다. 오자서는 그를 천거하여 대부가 되게 하였다. 그리고 동지同志로 삼았다. 이를 지켜본 피리가 오자서에게 물었다.

“당신은 백비를 한 번 본 것뿐인데 어떻게 그리 믿으십니까?”

오자서가 대답했다.

“그와 나는 같은 원한怨恨을 품고있기 때문입니다. 호마胡馬는 북풍北風을 향 해 서고, 월조越鳥는 남쪽가지에 보금자리를 만든다고 했습니다. 육친肉親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리요.”

“이유는 그뿐입니까?”

“그것뿐입니다.”

“내가 보기에 백비의 눈초리는 매와 같고, 걸음걸이는 호랑이를 닮았습니 다. 사람을 많이 죽일 상입니다. 마음을 허락해서는 안 됩니다.”

피리의 충고를 듣지 않은 오자서는 백비의 중상모략重傷謀略으로 죽었다.

 

 

44. 登龍門 등용문

 

‘용문龍門’은 황하黃河 상류上流에 있는 협곡峽谷의 이름으로 물살이 세서 보통 물고기는 거슬러 올라가지 못하는 곳이다. 용문으로 오르기 위해 큰 물고기들이 도전挑戰하지만 대부분 성공하지 못한다. 성공한 물고기는 용이 된다고 한다. 과거科擧에 급제及第하는 것을 등용문이라고 했다.

후한 말기인 환제 때는 환관宦官들이 세력을 잡고 나라를 어지럽게 하였다. 이응은 조정朝廷에서 옳은 일은 뜻을 굽히지 않았으므로 그 고결高潔한 성품性品이 널리 알려졌다. 선비들은 그와 사귀며 그에게 인정받는 걸 영광으로 여겨 등용문이라고 일컬었다.

(후한서 後漢書)

 

 

45. 明鏡止水명경지수

 

형벌로 발뒤꿈치를 잘린 신도가라는 사람이 정자산과 함께 백혼무인을 스승으로 섬기고 있었다. 정나라의 대신大臣이었던 정자산은 발뒤꿈치가 없는 신도가와 동행同行하는 것을 싫어했다.

“내가 나갈 때 당신은 뒤에 남아주시오. 당신이 먼저 나가면 내가 뒤에 남 으리다.”

신도가가 대답했다.

“우리 스승님 문하門下에 언제부터 당신처럼 함부로 말을 내뱉는 사람이 있 었는지 모르겠소. 당신이 대신이라고 함부로 남을 얕보는구려. 스승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가르쳤소. ‘맑은 거울에는 먼지가 앉지 않으며, 먼지가 앉 으면 흐려진다. 사람도 현인賢人과 오래 사귀면 마음이 깨끗해져 과실過失을 범하지 않게 된다.’ 지금 당신이 배우려고 하는 것은 선생님의 가르침인 덕이 아니요?”

또 발뒤꿈치를 잘린 왕태라는 문하에 많은 제자를 둔 사람이 있었다.

“왕태는 보건데, 스스로 지혜에 의해 스스로 마음을 알고, 스스로 마음에 의해 자기 마음의 본체本體를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 기 자신을 닦기 위한 것일 뿐 남을 위하고 세상을 위하는 일은 아니었습 니다. 그런데도 어째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입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흐르는 물에 자기 모습을 비춰보는 사람은 없고, 누구나 고요히 고여있는 물에 얼굴을 비춰보게 마련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언제나 변함없는 마음을 지니고 있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에게도 마음의 안정을 줄 수 있다. 왕태의 마음은 지수止水 같아서 많은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이다.”

(莊子장자)

 

 

46. 矛盾모순

 

초나라에서 창과 방패를 파는 사람이 외쳤다. 방패를 팔 때는 이렇게 외쳤다.

“이 방패는 견고堅固하여 어떤 창도 뚫지 못합니다.”

그런 다음 창을 팔 때는 또 이렇게 외쳤다.

“이 창은 얼마나 날카로운지 어떤 방패도 꿰뚫을 수 있습니다.”

곁에서 듣고 있던 사람이 물었다.

“그렇다면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될까요?”

 

 

47. 彌縫(策)미봉책

 

주나라 환왕이 정나라를 치기로 했다. 제후帝侯들이 군대를 보내와 환왕은 이들을 지휘하여 싸움터로 나갔다. 정나라에서는 장공이 군대를 이끌고 환왕과 맞섰다. 싸움이 시작되자 정나라의 장공은 어리지진魚裏之陣을 치고 진격했다. 어리지진이란 물고기가 떼를 지어 나아가는 것처럼 진을 치는 전법戰法이다. 장공은 전차대를 앞세우고 나가며 전차와 전차 사이에 보병을 배치하여 빈 틈을 연결하였다. 정나라의 승리였다.

(左傳좌전)

 

 

48. 拔本塞源발본색원

 

주周나라 경왕이 이르기를

“내게 백부(진나라 혜공)가 있듯이 의복에는 관이 있고, 나무와 물에는 각기 뿌리와 근원이 있다. 백성들에게 주인이 있는 것과 같다. 백부가 만 일 관을 깨뜨리고, 뿌리를 뽑고, 근원을 막아 기어이 백성의 주인을 버리 려 한다면 저 오랑캐까지도 나를 업신여기게 될 것이다.”

 

 

49. 背水陣배수진

 

한나라와 초나라 군대가 팽성전쟁에서 싸워 한나라가 패하자 제후들은 한나라를 떠나 초나라 편을 들기 시작했다. 제나라, 조나라와 위나라였다. 한나라 유방은 한신에게 이 나라들을 쳐라고 명령했다. 한신이 위나라를 진압鎭壓하고 조나라를 칠 때, 조나라에는 이좌거라는 명장名將이 있어 한신의 부대를 기습奇襲하려고 했다. 한신의 군대가 멀리서 강행군强行軍을 했으므로 매우 피로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직愚直한 조나라 성안군은 정정당당正正堂堂히 싸우도록 명령했다. 한신은 정경구 30리 앞에 진을 친 다음 기마병騎馬兵 2천명을 뽑아 사잇길에 숨겨 조나라의 성을 감시하도록 했다.

“내일 싸움에서 우리 군대가 후퇴하면 적은 성을 비우고 우리를 추격할 것 이다. 적이 성을 비우면 너희들이 재빨리 점령하라!”

한신은 1만 군대를 선발로 보내 강을 등지고 진을 쳤다. 조나라 사람들은 강을 등지고 진을 친 한신은 병법兵法을 모른다고 비웃었다. 날이 밝자 한신은 군대를 이끌고나와 공격을 했다. 조나라 군대도 성을 나와 대적對敵했다. 치열熾熱한 격전激戰을 벌이다가, 한신이 지는 척 군대를 후퇴시켜 강에 등을 진 자신의 군대와 합류合流했다. 이를 본 조나라 군대는 한신의 군대를 강으로 몰아넣어버리려고 성을 비우게 하고 성 안의 군사를 모두 불러냈다. 그러나 한신의 반격反擊이 거셌으므로 쉽게 이기지 못했다. 조나라 군대는 물러서 성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성은 이미 한신의 군대에 점령당해버린 뒤였다. 조나라 군대는 오갈 데가 없이 처참悽慘하게 패했다. 장수들이 승전勝戰을 자축自祝하면서 한신에게 물었다.

“산을 등지고 강을 앞에 두는 것은 병법의 규정입니다. 어찌 물을 등지고 진을 쳐 승리한 까닭은 무엇입니까?”

“이것도 병법에 있는데 그대들이 잊고 있을 뿐이다. 군사들은, 사즉생死卽生 이니 사지死地에 몰아넣어야 오히려 살 길이 생긴다고 하지 않았는가? 우리 군대는 천 리를 달려오느라고 피로하고 기강紀綱이 해이解弛해졌다. 이 오합 지졸烏合之卒로 적을 깨뜨리려면 그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수밖에 또 달리 무 슨 방법이 있겠는가?”

(사기史記)

 

 

50. 無爲而化무위이화

 

나는 아무 것도 함이 없이 백성이 스스로 감화感化하고, 나는 고요함을 즐기고 있건만 백성이 스스로 바르게 살고, 나는 별다른 시책施策도 베풀지 않건만 백성은 스스로 잘 살고, 나는 바라는 것이 없건만 백성은 스스로 순박淳朴해진다.

(노자老子, 참조 격양가)

 

 

51. 百聞而不如一見백문이불여일견

 

한나라 선제 때, 강이라는 유목민이 반란을 일으켰다. 오랑케와 여러 번 싸워 이긴 조충국이 나서서 난을 평정하겠다고 했으나 나이가 70을 넘었다. 선제가 그를 불러 물었다.

“경은 어떤 전략戰略을 갖고 있는가? 병력은 얼마나 필요한가?”

조충국이 대답했다.

“백 번 듣는 것 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습니다. 현지를 보고와서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선제가 승낙하자 조충국은 현지를 다녀와서 전략을 세워 1년 만에 난을 평정했다.

 

 

52. 白眉백미

 

3국지에 나오는 마량은 문무文武에 뛰어난 인물이었다. 제갈량도 인정하는 출중出衆한 장수將帥였다. 마량의 형제는 다섯이었는데 이름에 ‘상’ 자가 붙어서 사람들은 ‘마씨馬氏 5상’ 이라고 했다. 다섯 형제가 다 지략智略과 용맹勇猛을 겸비兼備하였으나 마씨 5상 중 백미가 가장 훌륭하다고 했다. 마량의 눈썹이 하얗게 세어서 그렇게 불렀다.